앞서 언급했듯 개발자라는 명칭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직군을 모두 통칭할 수는 없지만 프로그래머로 표현한다.
“어떤 프로그래머가 되어야 맞는 것일까?”
영화에 나오는 전형적인 직업인 의사, 기자, 형사 등은 현실의 모습보다 과하게 이상적으로 그려지는 정답의 모습들이 있다. 프로그래머도 업계에서 이상적이라고 여겨지는 태도가 있는데, 항상 공부하고 연구하고 최신 지식을 따라잡으며 밤새 집중해서 결과물을 완성해내는 구루의 모습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게 정말 최고의 지향점인 걸까.
그런데 그 반대편에는 적극적인 직장인이 있다. 컴퓨터 지식을 쌓는데는 아무 관심이 없고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상의 회사 생활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업계에는 상당히 많다. 특히나 대기업에는 프로그래머가 아닌 직장인이 더 많다고 봐도 무방하다.
개인적으로 양쪽의 방식을 다 인정한다. 인생의 태도에는 항시 우열이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직업의 모든 선택에는 우열이 없다. 그저 선택일 뿐이다. 다만 본인의 태도에 모순이 없어야할 것이다. 현실적인 직장인의 삶을 택했다면 성과를 위장하지 말아야할 테고 전문가의 코스를 택했다면 적어도 앞서 나가는게 자랑거리가 아니라 당연한 것임은 알아야한다.
소위 진짜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면 우선은 공부가 일상이 되어야한다. 비단 기술의 공부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기술의 발전향과 응용 분야와 서비스적인 모든 과정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오늘 버릴 지식을 알 수 있고 내일 익힐 기술을 고를 수 있다. 결국 쉬지 말라는 소리다. 그런데 그 이유는 너무 현실적이라 허탈하하기 짝이 없을 게다. 프로라면 가져야하는 단 한가지 조건이 있는데 바로 일 하면서 남에게 민폐가 되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프로그래머가 되는 길은 사실상 굉장히 단순하다. 1인분을 하면 된다. 그런데 그것이 상당히 어렵다.
그러다보니 마냥 직장인의 인생을 추구하는 사람도 꽤 많은 게 이 업종이다. 이들은 그냥 근무시간 만큼만 주어진 일하고 좋은 환경에서 회사에 다니면 된다. 하지만 이미 말했듯이 그 쪽도 맞는 선택이다. 직업은 밥벌이가 제1목적이다. 이 분야는 유독 선민의식이나 우월감에 차있는 사람들이 많은 편인데 오히려 그게 더 낯부끄러운 일이다. 마냥 직장인을 추구하는 사람이 자신이 더 잘 안다며 틀린 결정권을 행사하는 것도 문제고 더 많이 일했다며 성과를 주장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남들 만큼 일하고 일한 만큼 받는다. 뚜렷한 한가지 사실은 상당수의 의욕없는 직장인들이 딱 1인분은 한다는 것이다.
프로그래머가 되어서 어떤 모습을 추구할 지는 순전히 본인의 선택 문제다. 뭐가 더 낫고 뭐가 더 나쁜 건 없다.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둘 다 맞는 선택이다.
그러나 문제는 선택을 중간에 바꾸는 거다. 의외로 그러는 사람이 매우 많다. 잠깐 불이 붙었을 때는 열심히 공부해보고 싶고 또 얼마 후엔 사그라들어 의욕 없이 출근을 한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직업적 열정이 스쳐간다. 이야말로 최악의 경우다. 진로고 미래고 다 흐트러지고 만다. 당연히 앞선 프로그래머에는 도달 못할 것이고 안타깝게도 여기저기 왔다갔다 하느라 따뜻한 온실 속의 직장인 커리어마저 못 지키게 될 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 느즈막한 나이쯤에야 상황을 알게 될테니 그야말로 어중간이다.
내가 하는 조언은 늘 한결같다. 양쪽 다 옳으니 뭐가 맞는 답인지를 고민할 시간에 자신이 어느 타입인지만 고민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최대한 빠르게, 그리고 바꾸지 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