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학은 어떤 분야로 진출할 수 있어요?

컴퓨터학 이론을 직업으로 삼을 생각이라면 박사를 따고 교수가 되는 수밖에 없다. 컴퓨터학은 기반이 수학이고 산업계에서 이론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반면에 컴퓨터 구조를 연구하고 싶다면 충분히 산업적인 영역이 있다. 심지어 인텔 같은 초대형 기업들이라 직업안정성도 좋다. 게다가 모바일 저전력기기나 고성능 병렬연산 등의 목정성 시장이 더 커지다보니 오히려 예전보다 시장의 다양성도 훨씬 커졌다. 그러나 이쪽은 전자공학적 지식도 함께 쌓아야하는 하드웨어적 영역이다. 칩과 반도체 분야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두루두루 아는 사람이 더 강점을 가진다.

좀 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분업된 직업을 찾는다면, 전통적인 로우 레벨의 영역에서는 통신 분야가 있다. 이곳은 여전히 고전적인 학문을 기반으로 삼고 있어서 안정적인 업계이고, 컴퓨터학의 네트워크 분야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전자공학적 지식이 부족해도 직업적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무선 통신도 이쪽 분야이니 전통적인 분야라고 하더라도 올드 패션드는 절대 아니다.

조금 더 소프트웨어적인 분야에서 전통적인 산업을 찾는다면 게임 업계나 ERP를 기반으로 한 웹서비스 업계가 있다. 흔히 아는 가장 대중적인 소프트웨어 분야이다. 그러나 평범하다는 의미는 결과가 뻔하다는 것이기도 하다. 운의 영향을 적게 받는만큼 딱 능력대로 업계에서의 위치가 결정된다. 중간을 하기에는 가성비가 매우 좋지만 상위로 가자면 노력이 많이 필요해 성패에 리스크가 크다. 반면에 누구나 할 수 있는 하급 영역은 잡부의 취급을 면하기 어렵다. 상황에 따라 아주 좋기도, 너무 나쁘기도 한 양면성을 가졌다.

그리고 고전적인 소프트웨어 직군 중에 또 한 가지로 보안 분야가 있다. 이 부분은 해커의 이미지로 어린 친구들에게 선망이 되기는 하나 실질적으로는 가장 지겹고 고달픈 직업이다. 하루도 빠짐 없이 매일 공부를 해야하면서 늘 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고단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최상위권이 대부분의 보상을 가져가고 나머지 대부분은 하는 고생에 비해 처우도 좋지 않다. 너무도 당연한 것이 업계 종사자 대부분이 성과를 내지 어렵다. 100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유일한 전문가이고, 99를 하는 사람과 1을 하는 사람의 성과가 완전히 같기 때문이다. 1에서 99까지의 노력이 결과가 같다면 100까지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의욕이 날 리가 없다. 모든 특성이 농사와 완전히 같다.

최근에 많이 주목받고 있는 것들은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IoT 분야다.

인공지능은 이미 다른 모든 산업을 뛰어넘을 정도로 거대한 자본이 투입되어 있는 초대형 시장이다. 그러나 그만큼 영역도 많고 직업의 결과도 다양하다. 최상위의 연구자도 있고 허드렛일을 하는 서포터도 많다. 공부한 만큼의 결과를 얻게되는 면이 대학입시와도 같은 시장이다. 그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평균을 뛰어넘어 자리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인기를 끌고있는 이유는 연구직인데다 처우가 좋고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이 근무지이기 때문이다. 노력의 한계점만 넘고나면 이보다 직업적 가성비가 좋은 분야도 없다.

클라우드도 비슷한 영역이다. 규모가 큰 기업만이 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직업적 선호도가 크다. 그러나 인공지능과는 다르게 인프라 업무가 주요한 작업이기 때문에 지겹고 피곤해서 고달프다. 컴퓨터학을 선택해서 온 사람들은 대부분 지루함을 기피하는 성향이기 때문에 이 분야를 원치 않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다만 인프라 영역이 취향에 맞는 부류가 어느 정도 비율로 항시 있는데 PC 견적을 뽑아서 조립하기를 즐기고 새로 나온 프로그램마다 설치해보던 이라면 관심을 가져봄직하다. 인프라 분야에서는 클라우드 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 중 최상이므로 눈여겨 볼 영역이지만 클라우드 회사의 서비스 제공자가 되느냐 작은 회사의 AWS 운영자가 되느냐는 한끗 차이라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IoT는 아직 충분히 개발되지 않은 시장이다. 최근에서야 표준이 간신히 생겨나고 있는 중이고 산업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대표적인 기업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가성비를 중시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중국 업체들이 많이 진출해 있다. 국내에서는 쉽게 직업을 구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앞으로 발전할 부분이 매우 많고 시장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 일자리는 넉넉하다. 국내에는 삼성이나 LG와 같은 굴지의 대기업이 직업을 두고 있는 분야인 것이 장점이지만 그 외의 기업이 전무하다는 것이 단점이기도 하다. 클라우드 분야와 시장 상황은 비슷하다. 클라우드가 아마존과 MS 같은 세계적인 기업에 가느냐 아니면 그 기업의 고객이 되느냐의 문제인 것처럼, IoT도 삼성과 LG에서 일하느냐 협력사에서 일하느냐의 갈림길에서 차이가 크다. 게다가 중국이 기기 시장을 장악할 확률이 매우 큰 분야이다 보니 아예 표준 프로토콜 영역에서 일하는 것이 좋다. 프리미엄 제품들과 저가형 중국산 기기의 시장은 양분될 것이다.

어느 분야에서 자리를 잡게 되든 일관된 조건이 한 가지 있다. 적어도 평균 이상은 해내야한다는 것이다. 적당히 가운데에 있는 사람들은 크게 어렵지 않은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보다 나은 사람들의 대우가 좋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평범하다 못해 흔하디 흔한 실력을 가진 사람도 이 업계에는 매우 많다. 그들은 일당잡부 취급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요한 것은 어느 분야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라 그 분야에서 어느 위치에 설 수 있는가다. 적어도 평균 위에 들어갈 수 있도록 나와 적성이 맞는 지를 확인하는 것이 그 분야의 미래성이나 현재의 대우를 알아보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요즘은 자신과 업무와의 궁합보다 그 직군이 받는 대우만 먼저 보고 뛰어드는 친구들이 많아서 실패 사례도 과거보다 훨씬 많아졌다는 것을 유념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