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과 기술

대학시절 이력서에 채워넣기 위한 자격증을 준비하다보면 국가기술에는 최종으로 두 가지 도달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기능장과 기술사. 군인도 원사에서 끝나느냐 장성에서 끝나느냐 다르듯이 직업군에는 보통 같은 방향의 두 가지 다른 길이 있다.

기능과 기술이 왜 나뉘어 있는지는 전수되는 방법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기능은 근육으로 전수되고 기술은 지식으로 전수된다.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도서관에서 만들어질 리는 없다. 예체능은 대표적인 기능의 영역이다. art는 손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에 인류의 기술발전은 지식이 전달되는 것으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쉽사리 기술이 더 우월한 것으로 여겨질 때가 더러 있는데 열심히 공부해서 김연아를 능가할 수 있다면야 뭐 그리 말해 보던가.

당연히 컴퓨터 분야에도 기능은 있다. 흔히 코딩과 프로그래밍은 다르다는 표현을 쓴다. 그저 말장난에 불과한 소리지만 분류의 느낌을 확실히 하기에는 매우 적절하다. 뇌에 초콜릿 한 입의 에너지도 주지 않고 순식간에 버튼을 달고 박스를 그리는 숙련된 초스피드 코더들도 흔하디 흔하다. 심지어는 복잡한 알고리즘도 손가락 끝이 외워서 타이핑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우리가 기술이라고 여기고 사용하는 것들이 기능의 일부분인 경우는 흔하다. 당신이 C언어 코딩을 하고 있다면 C 컴파일러 유저인 셈이다. C 컴파일러를 만드는 기술자가 아니란 게다.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도구를 다루는 기능인에 해당한다. 이렇듯 기술과 기능은 늘 중첩돼있다. 특히나 엔지니어링 분야에서는 더 그렇다. 우리는 늘상 기능을 익혀서 기술을 구현해야 한다.

그런데 갓졸업한 친구들을 보면 이 중요한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어떤 친구는 스스로 타고난 개발자라고 여겨 압도적인 기능 실력을 자랑스러워 한다. 그럼 당연하게도 본인은 테크닉이 좋으니까 괜찮다며 지겨운 기술 공부를 멀리한다. 또 어떤 친구는 기능 습득을 낮은 사람들의 것으로 보아 하찮게 여기고 기술암기에만 매몰되기도 한다. 그러나 시니어 입장에서는 둘 다 인재라고 데려다 쓰기엔 부족하기 그지없다. 한 면만 찍힌 동전은 불량품이다. 게다가 현장에는 편향된 성향을 가진 친구들이 무척이나 많다. 흔하디 흔하고 대체가 쉽다.

반면에 기술의 근간을 잘 이해하면서 기능도 잘 갈고닦은 친구들은 어딜가나 티가 난다. 처음 써보는 언어도 일주일이면 적응해서 코딩이 아니라 시스템에 대한 고민에 접어든다. 정작 중요한 건 손가락 기술이 아니지만 이 친구들은 막상 나중이 되면 손가락도 빨라져 있다.

현역 운동선수들이 지도자 과정을 밟게 되면 시각이 많이 달라진다고 한다. 감독이 되면 생각이 완전히 바뀐다고. 그런데 컴퓨터 분야는 순서가 반대여야 한다. 기술적으로 시야가 많이 넓어져있어야 기능적으로도 크게 성장한다.

인재가 되려면 시각을 넓혀라. 개빌테크닉’도’ 중요하고 기술기반’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술의 발전과정을 아는 게 도움이 된다. 팁을 주자면 무언가를 공부할 때 교재나 강의부터 쫓지 말고 그 분야가 왜 시작돼서 어디서 파생했는지 먼저 찾아보고 따라가라. 그 후에 강의를 들으면 강의에 구멍난 부분이 무엇인지 보인다.